암 이야기 2편(수제인 소머스)
암을 고치는 미국의 의사들-수제인 소머스
< 나의 암 이야기 2 >
암 전문의는 직업 특성상 안 좋은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불신을 받기도 한다
아마도 암 전문의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때로는
거만한 태도를 취하는 듯하다
3일째, 종양 의사와 폐암 의사와 외과 의사가 함께
들어왔다. 폐암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상의를 했는데, 생체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조직검사를 통해서 일단 명확하게 확진을 내리고
그 다음에 환자분께 필요한 조치를 정할 수 있어요”
“조직검사가 어떻게 하는 건데요?” 내가 물었다
“작은 수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선 목을
절개하고 튜브를 가슴까지 밀어 넣어 폐에 도착하면
조직 한 조각을 떼어 낼 겁니다. 그리고 환자분
가슴에 있는 종양 몇 개를 떼올 거구요.
부작용이라면 시술 증에 환자분 성대를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성대가 망가질 위험이
있거든요. 결정은 환자분께서 하셔야 합니다.”
외과의가 차근차근 설명하듯 답해 주었다
“조직검사를 해야겠다” 그날 늦게 모든 사람에게
내가 말했다. 모두 동의했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내일의 조직검사를 통해 내가 죽을지 살지를 알게된다
하지만 죽을 확률이 크다
왜냐하면 네 명의 의사와 응급실 의사 그리고 방사선
전문의 모두 날 전신 암으로 진단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이나 두려움, 원망보다는 이제 난 감사를
느낀다.
4일째, 오늘 아침은 조금 다르다.
검사 후
눈을 떴을 때, 나는 암이 아니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살았구나
아마도 내가 황홀해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슬픔이 세포에 스며 든다
내 몸이, 내 세포들이, 고칠 수 없는 암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아들이고, 이젠 종료되어 버린듯하다
내 영혼은 상처를 입었다
상처 입은 영혼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난 행복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안심이 되었다
5일째, 암 전문의가 내 병실로 찾아왔다
그가 나에게 뭐라고 할까?
“오진이지만 참 다행입니다” 혹은
“암이 아니라니 행복하시지요?”
그것은 나의 착각 이었다
그는 앉지도 않고 나를 쏘아보며 화를 냈다
“음, 당신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왜 말해주지 않았나요?”
나는 깜짝 놀랐다. 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어안이 벙벙했다
난 그의 부족한 배려와 이해심에 말을 잃고
그를 응시하기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내말 따위는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거만한 사람이었다
나를 대하는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짐작할 수 있었다
스테로이드가 어떻게 전신 암으로 오진이 되었는가에
대해선 나도 추측할 수 없다. 여전히 내 몸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왜 내가 응급실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미국의사들은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진심 어린
사과를 외면하는 것일까? 진정한 의사라면 자신의
오진에 대해 사과를 하고
암이 아님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여야 한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멍청하고 오만한 실수에 대한
변명을 찾는 듯했다
내게 별 개연성이 없는 스테로이드를 들먹이며 자신의
오진을 정당화시키고자 했다
그런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럴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
어서 내 방에서 나가기만 기다렸다
결국, 그는 혼자 화를 내다가 갑자기 돌아서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감염 질환 전문 의사 여럿이 내 방으로
행진을 해왔다. 네 명의 의사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갔다. 그중에 한 명이 유난히 말이 많았다
내가 보기엔 가장 멍청해 보였는데
이 병원의 감염성 질환 병동의 우두머리라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암은 아니라고 판단이 났지만 당신이 심각한 전염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맙소사, 나는 생각했다. 또 시작이군!
“어떤 전염병이요?” 대답을 듣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
없이 나는 물었다
“그게” 여의사가 말하기 시작했다
“환자분께서 폐결핵이나 문둥병, 또는 뇌막염이나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계곡열인 콕시듐 육아종
을 앓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의사가 말했다
“아무래도 폐결핵인 것 같습니다. CT 촬영 결과를 본
뒤에 저희가 내린 결론입니다. 병원은 공증보건을 책임
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걸 이해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 병원균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격리
실로 옮겨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결핵? 문둥병? 정말로?
남편은 내 짐들을 정리했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담요를
두르고 샤워 캡을 쓰고 마스크를 하고 위층으로 이동했다
내 방을 드나드는 모든 간호사와 의사는 완전 무장한
옷을 입는다. 나는 그들이 누가 남자고 여자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고, 살이 있는 인간 병균이 된 것 같았다
문이 열릴 때마다 경찰관이 내 방 밖 복도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보안상의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던 것이다
가족과도 더 이상 접촉이 허락되지 않았다
방문객은 금지되었다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나는 결국 흐느껴 율고 말았다
너무 많은 스트레스와 광기가 폭발했다
끔직한 소음은 내는 이 병실의 내 작은 침대에 올라와
내 모든 병균들이 잠들도록 나와 함께 이불을 덮고
있었다. 내일은 어떨까?
이제야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난 여전히
놀란 상태지만 맞서 싸울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두 명의 의사에게 이메일을 했다
의사 조나단 라이크 박사가 말했다
“그 병원에서 나와야 합니다”
“알아요”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내주지 않을 거예요. 전염되기 때문에
사회 공동체에 위협이래요”
“들어봐요, 제가 한 달 전 당신의 혈액 검사 결과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정상이에요, 당신은 그런 질병들에
걸렸을 리가 없어요. 폐결핵은 이보다 훨씬 전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문둥병은 말도 안 돼요
CT 촬영 결과도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감염성 질환 전문 의사는 다시 내 병실로 돌아왔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글세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당신의 배양균이
되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의사가 대답했다
“그건 얼마나 걸릴까요?” 나는 물었다
“빠르면 2주에서 어쩌면 6주요,” 의사가 말했다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며 나를 멍하니 가둬 두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듯했다
“아뇨, 안돼요, 안돼!” 나는 크게 소리쳤다
“아뇨, 여기 있지 않을 겁니다!, 집에 가고 싶다고요!”
나는 사람이라도 죽일 기세로 말했다
“그렇다면, 감염성 질환 전문의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 옳거니, 나는 생각했다. 적극적인 싸움이
효과가 있구나, 나는 내가 큰 소란을 일으킬 것이라
그녀가 불안해한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랬다,
나는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6주 동안 당신의 소유물이 격리되는 것에 동의
하는 서류에 사인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