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웬디 미첼
< 혼자 생활하기 >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의 수가 5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수가 2050년에는 1억 5천 2백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에서는 치매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전세계 1인 가구 중에서 여성 노인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가 걸리기 전에는 아주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
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때가 있었다
나는 1988년에 남편과 헤어졌다. 딸들이 4살, 7살 때였다
그 후 나는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치매 진단을 받기 전 몇 년 동안은 그의 뒤를 이어 다른
누눈가가 곁에 있었으면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일이 특히 힘들었고, 그저 문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내 어깨를 감싸주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해줄 사람을 원했을 뿐이다
주말에 혼자 외식하러 나갔는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들을 볼 때, 밤에 옆에서 다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어둠 속에서 다른 사람의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면
누군가가 그리웠다
치매 단진을 받은 이후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중요한 날 하나 예약을 잊었을 때 내 기억을 환기시켜줄
백업 두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외롭지 않도록 내 옆에
누군가가 앉아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주기를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런 미묘한 동지애는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삶이 고단했던 날 어는 장소로 가야 하는데 집중력을
잃었던 날에 누군가 내 옆에 있다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또 특별한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잘 살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생각을 알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혼자 생활하면 나를 재촉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나한테 늘 더 필요한 하 가지는 시간이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나한테 가장 나쁜
말은 ‘빨리 해’다
이 두 마디를 들으면 돌연 공포와 환란, 실패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혼자 생활하면 내 시간은
나의 것이다. 내 속도에 맞게 하면 된다
왜 기억이 안 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기억을 못한다고 끊임없이 알려줘봤자
나에게는 실패의 신호일 뿐이다
‘기억해요?“ ’기억해요 해요‘ 이런 말은 끊임없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이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도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계속 하게 둔다. 그것이 더 쉽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한테는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을 세세히 말하면서 내 기억력을 되살리려고
할 것이다
가끔 그런 부부를 본다
한쪽 배우자가 ’어제 말했잖아‘라고 말하면 다른 쪽은
꾸중 듣는 아이처럼 다시 들어야 하는 것에 당황하고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인다
나는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내 행동에 대해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그르칠 수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
나한테는 일이 더 쉽거나 빠르다는 이유로 나 대신 일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나는 항상 내가 계속 하려고 하는 것이 좋다
나는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안 해도 된다는 점이 좋다
고요함은 나에게 친구와 같고,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내 딸들도 안다
나는 그냥 말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집에 있을 때 나는 몇 시간이고 조용히 있을 수 있다
단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배우자들에게는 미안하다
그런데도 적절한 말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말을 할 수
없는 것 같은 사람 곁에 있으면 분명 많이 외로울
것이다. 만약 나에게 배우자가 있었다면 대화를 거부하는
것에 굉장히 큰 죄책감을 느낄 것이고 말이다
혼자 살면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는 것은 때때로 심신을 지치게 할 수
있으며, 나 때문에 누군가가 화가 났을 가능성과 그 이유
를 파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딸들과 있을 때 내가 아이들을 화나게 했는지를 아이들의
얼굴이나 어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럴 때는 바로
슬퍼지고 그 순간에 상황을 바로잡아보려고 노력한다
또 내가 틀린 단어나 날짜, 이름을 말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치매에 걸린 배우자가 이름을 잘못
말할 때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는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문제인가?
치매 환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살짝 들어보면 서로
내용을 바로잡아주는 일이 거의 없다. 대신 이야기를
그냥 받아들인다. 그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바로잡으면, 당신이 재확인하는 동안
그는 말을 더듬고 머뭇거리게 될 것이고, 당연히 생각의
흐름이 흐트러지게 된다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것이 혼자 생활할 때 가장 크게 감사할 일이다
나는 내 옆에서 자신의 미래까지 빼앗긴 체 나를 돌보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혼자 생활하면서 마주하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혼자 생활한다는
사실이 치매의 진행을 막아주느냐고? 내가 모든 도전에
맞서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면 혼자 생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계속 혼자 생활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한 결심이 매일
치매를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다
나의 진짜 문제는 지금 우리 집에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 재택간호가 낯설고 생소해 보여서 유력
후보는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내 일상에 불쑥 끼어든다면 나는 어리
둥절 할 것이다. 혼자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만의
일상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입주 간병인의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몹시 당황한다
나는 최근 친구 두 명에게 입주 도우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불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들은 환자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이해해주고, 치매에 대해 알고 있으며, 환자가 도우미의
간병 방식을 받아들이리라 기대하지 않는 누군가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치매 > 치매 환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매에 관한 기록-촉각,청각 (0) | 2023.04.01 |
---|---|
치매에 관한 기록-식사방법, 음식 (0) | 2023.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