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염증 - 이상한 병들의 출현

제 4의 식탁- 임재양

 

< 이상한 병들의 출현-유방 염증 >

 

나는 유방암 전공으로 3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유방에

생기는 병도 변하는 것을 느낀다. 유방암이 증가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유방에 이상한 염증이 많아졌다

 

우리 몸의 일반적인 염증은 외부에서 세균이 들어오면

피부에 국소적인 전투가 일어나서 우리 몸이 방어한

결과물로 세균과 방어 물질의 시체가 생기는 것이다

 

초기에는 항생제를 쓰거나 염증이 심하면 피부를 살짝

째서 배농시키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 유방의 이상한 염증을 본 것은 20년

전이었다. 지금까지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염증이었다

 

끈적한 것이 가득 차 있고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고, 째도 염증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몇 달씩 지속되었다

 

나도 무슨 병인지 몰랐기 때문에 환자들한테 이 병을

설명할 수 없고, 낫지도 않아서 결국 몇 명은 유방암이

아닌데도 유방을 전부 제거하는 수술을 권유했다

 

지금은 그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 당시는 아무도 이것이 무슨 병인지 몰랐다

 

처음에는 염증 환자들이 일 년에 한두 명 정도니깐

시간이 지나면 잊었는데, 해마다 이런 환자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나름대로 치료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염증들이 생기는 걸까?

그때 무심히 들어 넘겼던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직감적으로 이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들었다

 

이 염증을 조사하면 ‘특발성 육아종성 유방염’이란

진단이 나온다

‘Idiopathic’이라는 단어는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의학에서도 모르겠다는 진단이 많이 나온다

 

단순히 무책임하게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원인을 찾고 또 찾았는데 모르겠다는 말이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추정하는 원인은 많다. 이런

병들은 추정하는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즉 확실한 한 가지 치료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상한 염증의 원인으로 세균을 생각하고 항생제를

제시한 의사도 있고,

심지어 항암제를 권유한 의사도 있다

 

치료가 잘 되지 않으니까 아예 유방의 많은 부분을

수술하라고 권하는 의사들이 가장 많다

 

학회지에도 근본적인 치료 방법으로 유방의 많은 부분

절제 수술을 제시한다

 

그래서 나도 치료를 하다가 환자나 의사가 서로 지치면

유방 수술을 시행했었다

그중의 한 원인으로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구절이 제일

마지막에 들어 있다.

 

우리 몸은 자기와 남을 구분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면역’이라고 한다

 

나와 다른 것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들어온 것을 남으로

알고 거부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몸이 우리 몸의

일부분을 남으로 알고 거꾸로 우리 몸을 공격하고

거부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생기는 병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증상이 심하면 면역 기능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스테로이드를 쓴다

완치시키는 약은 아니다.

단지 심한 증세를 완화하는 약이다

 

장기간 쓰면 입맛이 당기고 몸도 붓고 부작용이 심하다

따라서 의사들은 이 처방에 주의를 요한다

 

이렇게 오래가고 이상한 유방 염증의 원인을 나는

자가면역질환이 분명한 것 같다고 추축했다

그럼 부작용이 많은 스테로이드를 쓰지 말고 수술도 하지

말고 결과를 지켜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유방 염증이 낫지 않고 치료의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환자가 불안해하지만 그 자체가 생명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기 때문에 환자를 안심시켜주면서 기다리자고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그런 사례가 발표된 것이 있는지 논문을 살펴

보았다. 한 군데가 있었다. 2005년 중국 상하이에서

19명의 환자들은 대상으로 그냥 경과만 지켜보는 것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

관찰만하는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런 유방 염증이 많이 생기고 있다

아주 폭발적으로 늘었다

 

환자들에게 나는 약을 쓰지 않고 수술도 하지 않는다는

치료 방심을 애기하고, 이 병은 오래 걸리지만 완치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치료를 시작한다

 

관찰한다고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2주일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면 끈적끈적한 고름

부분들을 정리해주고 상태를 살펴본다

 

그리고 병의 원인이 되는 환경호르몬과 관계된 음식물

교육을 더 열심히 한다

어떤 경우는 음식물 교육만 해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이러한 유방 염증이 환경호르몬과 관계있는

병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나는 환경호르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